회사 있을 때 가끔 오는 신입사원들 이력서를 보면 놀라울 때가 많다. 다들 학교다니면서 엄청난 스펙관리를 했는데, 특히 학점이 너무 높다. 4년 평점이 4점을 넘는 사람을 보는게 1년에 한 두명 볼까 말까 했었는데 요즘에는 발에 치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학점을 받고 졸업한 친구들치곤 너무도 모르는게 많아서 과연 제대로 공부하고받은 학점인가 의구심이 들때가 종종있었다.
학점을 높게 받은 친구들이 많다는 건 그 만큼 대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많이 늘었다는 증거였으면 좋았을 텐데, 회사를 다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간지 반년이 지나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반증을 여러가지 찾을 수 있었다. 아는 것 부터 하나씩 차례대로 이야기 해보겠다.
첫번째로 재수강 기회가 늘었다. 내가 다닐때는 D- 이하만 재수강이 가능했다. 지금은 C, B학점도 맘에 안든다면 재수강이 가능하다. 따라서 맘만먹는다면 계절학기등을 활용해서 모든 과목을 세탁할 수 도 있다.
두번째로 졸업 이수학점이 많이 줄었다. 90년대에는 140학점 안팍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했다. 요즘은 130학점대 안팍으로 줄었다. 학기당 한과목 정도를 덜 들을 수 있는데, 복수전공 기회를 늘리기 위한 취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복수 전공을 하지 않는 친구들은 이수학점이 줄어드니 기피 전공과목을 빼고도 졸업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면 컴퓨터를 전공하는 학생이 PL, 형식언어, 컴파일러 같은 수업을 듣지 않고도 졸업이 가능하단 이야기다.
세번째로 취업경쟁으로 학점을 후하게 주는 관행이 일반화 되었다. 장기간의 불황으로 인해 취업 경쟁이 심화 되면서, 취업률이 대학에 대한 매우 중요한 평가지표로서 자리매김을 했다. 그러다 보니 암묵적으로 학점을 후하게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 버린것이다. 일례로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A-B 학점을 합쳐서 40%를 넘길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주었다.
A학점은 보통 10~15%내외에서 결정되고, B학점은 20~25%내외에서 결정했다. 헌데 지금은 70~80%까지 주는 것이 보통이다. 그 만큼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높아진 것이다.
네번째로 강의평가제의 운용방식의 문제이다. 강의평가제는 학생들이 부적절한 강의를 한 교수나 강사를 퇴출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헌데 우리나라 대학에서 운용되는 강의평가제는 원래 취지를 잃어버린 듯 하다. 우선 강의평가를 나쁘게 받아도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에게는 아무런 제제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시간강사나 기타 비정규직 교수들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를 학생들이 악용하면서 문제는 다시 심각해진다. 학점을 짜게 주는 교수에게는 강의평가도 나쁘게 주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강의평가가 필요한 사람들은 학점을 후하게 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이 늘어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것이다. 결국 대학생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실제로 스펙쌓기다 모다 하면서 많은 친구들이 영어점수 높이기와 자격증 따기에 올인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것이다.
대학생을 상대로한 사교육 시장의 엄청난 규모의 비밀도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한 것이다. 1차적인 원인은 젊은이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 사회의 책임이겠지만, 그걸 따지기에 앞서 학위를 미끼로 장사하려는 대학교의 속셈과도 얼추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1990년 고교졸업자의 33%만이 대학에 진학했을 뿐인데, 2009년에는 무려 84%가 진학했다. 그에 반해 대졸자를 위한 일자리 수는 늘지 않고 있으니 경쟁은 심화되는 반면,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수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에 재정수입이 크게 증가 한것이다. 다시 그걸 취업을 핑계로 후한 학점을 쉽게 받고 졸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점을 후하게 주지 않으면 취업이 안된다는 말은 1차적인 핑계에 불과한 것 같다. 또한 학생들의 편의를 봐준다는 핑계로 각종 절차를 쉽게 해주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까운 것 같다. 공부라는 것은 어느정도의 자극과 동기유발 책이 없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걸 편의를 봐준다고 자꾸 풀어주고 하다보면, 모두들 쉬운길로 가게 되고, 결국은 지금 문제시 삼는 하향평준화로 가게 되는 것이다.
쉬운길은 당장 가르치는 사람도 쉽고, 배우는 사람도 쉽다. 하지만 남는게 없다. 공부하지 않는 대학생만 계속 양산시키는 대학을 학위 장사란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꼬집는 학벌문제를 따지려면, 다른 대학들이 정말 그게 걸맞는 교육을 시키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학생들이 쉽게 졸업하도록 내비두는 대학이야말로 퇴출 시켜야 하는 대학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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